LPG차는 힘이 부족하다? 그랜저 3.0 LPI v6 3만6천km 타본 느낌

그랜저 3.0 LPI를 사기 전에 자주 들었던 얘기가 있습니다. “가스차는 힘이 부족하지 않냐”는 얘기였습니다. 예전 LPG 차량에 대한 이미지 때문에 저도 타기 전엔 어느 정도 궁금했습니다.

저도 구입 전에는 출력과 유지비를 함께 고민했습니다. [K8 3.5 LPI 대신 더뉴그랜저 IG 3.0 LPI를 선택한 이유](해당 글 주소) 에 당시 비교했던 내용을 따로 정리했습니다.

3만6천km 정도 타본 입장에서 느끼는 건 예상과 꽤 달랐습니다. 평지에서만 무난하게 움직이는 차가 아니라, 오히려 언덕이나 고속도로에서 v6 6기통 배기량의 여유가 더 잘 느껴집니다.

언덕에서 답답하다는 느낌이 거의 없습니다

가스차 힘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으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상황이 오르막입니다. 사람 태우고 언덕 올라갈 때 엔진 회전수만 크게 올라갈 것 같은 이미지가 있잖아요.

실제로 타보니 이런 답답함은 크게 못 느꼈습니다. 오르막에서 가속페달을 좀 더 밟으면 차가 버거워한다기보다는 배기량 있는 차답게 속도를 이어가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저속에서 확 튀어나가는 성격보다는 필요한 만큼 밟으면 꾸준하게 밀어주는 쪽이고, 이런 특성이 그랜저라는 차의 성격과도 잘 맞는다고 느낍니다.

고속도로에서는 V6의 장점이 더 잘 느껴집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구간은 고속도로입니다. 100km/h 전후로 달리다가 추월이나 차선 변경 때문에 조금 더 가속해야 할 때가 있는데, 이때 힘을 힘겹게 끌어내는 느낌이 없습니다. 가속페달을 조금 더 밟으면 묵직하게 속도가 붙습니다.

고속도로에서는 출력뿐 아니라 연비에서도 시내 주행과 차이가 컸습니다. 그 이유는 [더뉴그랜저 IG 3.0 LPI, 시내보다 고속도로에서 더 좋은 이유] (해당 글 주소) 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시내에서는 3.0이라는 배기량이 크게 와닿지 않을 때도 있는데, 고속도로를 달려보면 제가 왜 3.0 LPI를 골랐는지 느끼는 순간이 옵니다.

6기통은 힘보다 부드러움이 더 마음에 듭니다

V6에서 더 만족하는 부분은 단순한 출력이 아니라 엔진이 돌아가는 느낌 자체입니다. 출발하거나 속도를 올릴 때 거칠게 돌아가는 느낌이 적고, 일정 속도로 주행할 때는 엔진 존재감도 상당히 줄어듭니다. 정차했을 때도 마찬가지고, 차량 전체에서 느껴지는 진동이나 엔진음도 크지 않습니다. 빠른 가속보다 이 부분이 저한테는 훨씬 큰 장점입니다.

100km/h가 넘어도 뒷좌석과 대화가 가능합니다

더뉴그랜저 IG에서 만족하는 부분 중 하나가 실내 정숙성입니다. 차음 접합유리가 적용돼 있어서 외부 소음이 실내로 들어오는 걸 줄여줍니다. 도로 노면 상태만 괜찮으면 100km/h가 넘는 속도로 달릴 때도 목소리를 크게 높이지 않고 뒷좌석과 대화할 수 있습니다.

이게 장거리에서 생각보다 차이가 큽니다. 풍절음이나 엔진음이 계속 크게 들리면 처음엔 괜찮아도 한두 시간 지나면서 피곤해지는데, 그랜저 3.0 LPI는 일정 속도로 달리기 시작하면 엔진음이 거슬리지 않아서 장거리를 달릴 때 차분한 느낌이 있습니다. 노면이 거친 도로에서는 타이어 소음이 좀 들어오지만, 상태 좋은 도로에서는 정숙성이 꽤 만족스럽습니다.

조용한 차가 고급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차를 타기 전엔 고급감이라고 하면 가죽이나 우드 트림, 큰 디스플레이 같은 걸 먼저 떠올렸습니다. 3.0 LPI를 오래 타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차가 조용하고 엔진이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도 상당히 큰 고급감입니다. 신호대기 중엔 조용하고, 속도를 올릴 때도 거칠지 않고, 고속도로에서는 필요한 만큼 힘을 내면서도 실내 대화를 방해하지 않습니다.

성인 여러 명이 탔을 때의 공간과 실제 승차 느낌은 [더뉴그랜저 IG 3.0 LPI 뒷자리, 성인 3명이 타도 괜찮을까] (해당 글 주소) 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화려하게 눈에 띄는 기능은 아니지만 운전할 때마다 계속 느끼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더뉴그랜저 IG 3.0 LPI의 장점을 하나만 고른다면, 연료비보다 V6에서 오는 정숙성과 여유로운 주행감을 먼저 얘기하고 싶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건 폭발적으로 치고 나가는 스포츠카 같은 가속감이 아닙니다. 필요할 때 힘이 남아 있고, 그 힘을 부드럽게 쓰는 느낌입니다. 그랜저 같은 대형 세단에는 이런 성격이 잘 어울립니다. 처음엔 LPG라는 연료 자체에 더 관심이 있었는데, 오래 타보니 정작 제가 가장 만족하는 건 3.0 V6 엔진과 조용한 실내가 만들어주는 주행감이었습니다.

참고자료

현대자동차, 더 뉴 그랜저 제원 정보

더 뉴 그랜저 3.0 LPi의 2,999cc 엔진, 최고출력 235PS, 최대토크 28.6kg·m 등 기본 제원 참고.

한국에너지공단 자동차연비센터

자동차 표시연비 및 연료별 차량 연비 정보 참고.